제주의 짙은 숲 속엔 신령스러운 풍경의 계곡들이 숨어있다. 기암 절벽과 맑은 소가 어우러진 안덕계곡. 제주에도 계곡이 있다. 물이 금세 땅밑으로 스며드는 화산섬이라 대부분 물길은 비올 때만 흐르는 건천이지만, 몇몇 계곡에는 물에 발 담그고 쉴 수 있는 아름다운 물길이 숨어있다. 특히 이 계곡들은 관광객이 아닌 제주 주민들이 즐겨 찾던 나들이 장소였다. 육지에서 온 관광객이 바닷가에서 짠물에 몸을 담글 때 제주 토박이들은 이 계곡을 찾아 시원한 민물로 멱을 감았다. 제주의 풍경이 뭍과 다르듯 제주의 계곡도 육지의 것과 느낌이 다르다. 신화의 땅 제주의 신령스러움이 집약돼 있는 느낌이랄까. 마야문명의 꽃을 피웠던 멕시코 유카탄 반도에서도 강물은 땅밑으로 흐른다. 제주의 현무암층처럼 그곳의 석회암층이 물을 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