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짙은 숲 속엔 신령스러운 풍경의 계곡들이 숨어있다.
기암 절벽과 맑은 소가 어우러진 안덕계곡.
제주에도 계곡이 있다.
물이 금세 땅밑으로 스며드는 화산섬이라 대부분 물길은 비올 때만 흐르는 건천이지만,
몇몇 계곡에는 물에 발 담그고 쉴 수 있는 아름다운 물길이 숨어있다.
특히 이 계곡들은 관광객이 아닌 제주 주민들이 즐겨 찾던 나들이 장소였다.
육지에서 온 관광객이 바닷가에서 짠물에 몸을 담글 때
제주 토박이들은 이 계곡을 찾아 시원한 민물로 멱을 감았다.
제주의 풍경이 뭍과 다르듯 제주의 계곡도 육지의 것과 느낌이 다르다.
신화의 땅 제주의 신령스러움이 집약돼 있는 느낌이랄까.
마야문명의 꽃을 피웠던 멕시코 유카탄 반도에서도 강물은 땅밑으로 흐른다.
제주의 현무암층처럼 그곳의 석회암층이 물을 빨아들여 땅 속 물길을 내기 때문이다.
그 땅속 물길이 중간에 동굴의 천장이 꺼지면서 드러난 못이 세노테(Cenote)인데
마야인들은 이 경이로운 풍경의 연못을 숭배의 대상으로 여겼다.
제주의 흔치 않은 계곡들이 마야의 세노테 같은 신비로운 풍경을 간직하고 있다.
창고천의 안덕계곡
안덕계곡의 초입에 있는 하루방.
서귀포시 안덕면 감산마을 인근에 있다.
일주도로 바로 옆이라 찾아가기가 쉽다.
한라산에서 발원한 창고천이 계곡의 물길이다.
오랜 세월 흐르는 물이 깎아낸 물길은
조각칼로 파낸 듯 깊게 패여 있다.
주차장에 차를 대고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계곡 안엔 깎아지른 절벽과 우거진 활엽수림이
햇빛을 가려 대낮임에도 어둑하다.
돌하르방이 맞는 초입에서 몇 발자국 떼면
선사시대 주거지로 쓰였던 동굴을 만난다.
안덕계곡의 동굴.
안덕계곡 지역은 후박나무 가시나무 구실잣밤나무 붉가시나무 등으로 이뤄진 난대림이 울창하다.
계곡의 찰랑거리는 물길을 따라 걸으면 안덕계곡의 하이라이트가 나타난다.
기둥처럼 떠받친 양쪽의 웅장한 절벽이 명징한 소 위에 제 그림을 찍어낸다.
TV드라마 배경으로 나오며 반짝 유명세를 치르기도 했던 곳이다.
안덕계곡을 따라 조성된 나무데크 길.
이 곳에 설치된 계단을 따라 오르면 감산마을과 만난다.
마을길은 추사 김정희와 연관된 유배길 3코스와 이어진다.
안덕계곡을 따라 계곡 위로 걷는 듯한 느낌의
500m 가량 길이의 나무데크길이 설치돼 있다.
초록의 한가운데를 걷는 느낌이다.
이 나무데크는 안덕계곡 풍부한 수량의 비밀인
많은 용출수가 뿜어져 나오는 도고샘까지 이어진다.
효돈천의 돈내코
사철 맑은 물이 흐르는 돈내코의 원앙폭포와 소.
효돈천이 품은 계곡이다.
기암과 아담한 폭포까지 어우러진 곳으로
서귀포 주민들에게 최고의 피서지로 각광받았던 곳이다.
돈내코라는 지명은 '멧돼지(돈)들이
물을 먹던 하천(내)의 입구(코)'라는 뜻에서 붙여졌다고.
사철 맑은 물이 흐르고 숲이 우거진 골짜기다.
백중날 제주민들은 이곳 폭포에서 물을 맞으며 백숙을 즐기곤 했다.
난대성 상록수가 울창한 숲에 편안한 나무계단이 이어져 있다.
숲의 기운을 온몸으로 느끼면서 나무계단을 걷다 보면
돈내코 최고의 절경인 원앙폭포를 만난다.
4,5m밖에 안 되는 높이지만 시원한 폭포수를 받아내는
비취빛 소에선 냉기가 뿜어져 나온다.
한천의 방선문
신선의 세계로 들어가는 문이라는 방선문.
제주에서 가장 긴 물줄기는 제주시내로 흘러드는 한천이다.
이 한천의 중상류에 신선을 찾아가는 문이란 뜻의 방선문(訪仙門) 계곡이 있다.
이 방선문은 비가 와야 물이 흐르는 건천이다.
하지만 물이 없어도 바위의 절경만으로 감동을 주는 계곡이다.
골짜기 한쪽을 가로막은 거대한 바위의 아랫부분에 커다란 구멍이 뚫려있다.
바로 신선의 세상으로 들어가는 문이다.
이 방선문 주변엔 옛 선인들이 풍경을 기린 많은 글들이 새겨져 있다.
방선문 주변 산책로.
하지만 아쉽게도 방선문 계곡엔 들어가지 못한다.
방선문 주변 암반 20여 곳에 균열이 발생해 지난해 11월부터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계곡이 직접 들어가지 않더라도 계곡을 굽어보며 지나는 산책길이 잘 놓여있어
그 길만 따라가도 제주 계곡의 신령스러움을 한껏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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