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답은 맞는데…… ♤
선생 : 1919년에 무슨 일이 일어났지?
학생 : 삼일운동이 있어 났습니다.
선생 : 맞았어, 그러면 1945년에는 또 무슨 일이 있었어?
학생 : 1919년에 태어난 사람들이 스물여섯 번째 생일을 맞았죠.
학생의 수치상의 계산은 정확하다.
틀림없이 그는 역사보다는 수학이 더 적성에 맞는 학생일 것이다.
그리고 한 개인에게는 생일보다 중요한 일도 흔치 않다고 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선생이 학생에게 기대한 대답은 그것이 아니었다.
누구나 잘 알듯이, 1945년은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해이다.
일본에 연합군에게 무조건 항복했으며, 우리나라는 독립을 되찾은 해이다.
선생은 이런 굵직한 사건과 관련된 대답을 기대했으리라.
역사에 대한 판단을 함부로 내려서는 안 되겠지만 1945년는 1919년 못지않은
역사의 중요성을 지니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런데 이 학생은 1945년이 지니는 역사적 의의를 전혀 모르고 있는 것 같다.
고작해야 햇수를 헤아려서 생일이나 떠올리고 있으니 말이다.
우리가 사물이나 사건을 관찰하고 기록할 때, 그런 행위는 어차피
선택일 수밖에 없다. ‘객관적인 관찰이나 기록’이라는 말을 흔히 쓰지만,
엄밀한 의미에서 그런 것은 인간으로서는 해낼 수가 없다.
인간의 감각에 부딪혀오는 사물은 무수히 많으며, 전개되는 사건 역시
한없이 다양하고 끝이 없다. 때문에 정말로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것,
가장 결정적인 변수라고 판단되는 것만을 골라서 관찰하고 기록할 수 있을 뿐이다.
그러기에 이른바 ‘객관적인’ 관찰이나 ‘객관적인’ 서술이라는 것은
대다수의 인간들에게서 보편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는 의미에서 객관적일 뿐이지,
아주 엄격한 의미에서 글자 그대로 ‘사물이나 사건 그대로’를 뜻할 수는 없다.
한 마디로 말해서 모든 관찰이나 서술에는 주관적인 요소가
스며들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설령 그 정도는 미미하다 할지라도….
인간을 둘러싸고 있는 사물이나 사건들이 수없이 많고 다양하고 끊임없이
펼쳐지지만, 그 하나하나가 다 동등한 중요성을 지니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누구나 한 시대, 한 사회의 아들임을 가슴 깊이 새기면서, 참으로 중요성을
지니는 것, 관찰하고 기록할 만한 것이 과연 무엇인지 조심스레 따져 보자.
그러면 그런 자각 없이 쳐다보았을 때에는 똑같은 가치의 중량을
지닌 것으로 보였던 것들이 ‘어느 정도 보편성을 확보한 주관’이라는
그물에 걸리면서 그 대상에 걸맞은 의미가 새롭게 드러날 것이다.
누구나 한 시대, 한 사회의 아들임을 가슴 깊이 새기는 당신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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