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편한곳

여리지만 아름답습니다

산 그리고 바다 2019. 12. 29. 19:36


♠여리지만 아름답습니다 ♠


자주 옷을 빨면 쉽게 해진다는
말에 빨려고 내놓은 옷을 다시 입는
남편의 마음은 여리지만 아름답습니다.


일어나야 할 시간인데도 곤히 자고 있는
남편을 깨울까 말까 망설이며 몇번씩 시계를 보는
아내의 마음은 여리지만 아름답습니다.


꽃 한송이 꺽어다 화병에 꽂고 싶지만 이제 막
물오른 나무가 슬퍼할까 꽃만 쓰다듬다 빈손으로 돌아오는
딸 아이의 마음은 여리지만 아름답습니다.


옷가게에 가서 어울리지 않는 옷 한번 입어 보고는
그냥 나오지 못해 서성이며 머리를 긁적이는
아들의 마음은 여리지만 아름답습니다


봄비에 젖어 무거워진 꽃잎이 불어오는 바람에
떨어질까봐 물기를 조심스럽게 후후 불어 내는 
소녀의 마음은 여리지만 아름답습니다.


'사랑한다'고 말해 버린 그 한마디 말 때문에
헤어지고 싶지만 떠나지 못한 채 약속장소로 향하는
여인의 마음은 여리지만 아름답습니다.


아이의 거짓말에 회초리를 들었지만 매 맞는 아이보다 
더 가슴이 아파 회초리를 내던지고 아이를 끌어안은
어머니의 마음은 여리지만 아름답습니다.


가볍게 업을 수 있지만 업어주면 몸이 더 약해져 외출을 
못하실까봐 등굽은 어머니의 작고 힘없는 보폭을 맞추어 걷는
아들의 마음은 여리지만 아름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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