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에는>
햇살 밝은 날
창문을 닦으려 하거든
마음부터 밝게 닦게 하여 주소서
살가운 바람이 이는 날
창문 활짝 열고자 하거든
마음 문도 활짝 열게 하소서
<3월에는>
삼월의 나목裸木들을
게으르다 하지 않게 하소서
나무들이 하늘로 가지를 향함은
쉼 없이 기도함이며
거북등 같은 껍질 속으로
수액水液을 퍼 올리어
새잎 내고 꽃피우려 합니다.
<4월에는>
풍성한 열매 위해
꽃이파리 스스로 날려버려야 하듯
버릴 것 아낌없이 버리게 하여 주시옵고
낮은 자리로 스스로 내려 앉아
풍성한 열매를 위한 밑거름으로
아낌없이 쓰여 지게 하소서.
<5월에는>
나 또한 가녀린 청보리 이오니
보드러운 봄바람으로
내 영혼을 흔들어 주소서
동풍에는 서쪽으로
남풍에는 북으로만
나를 휘게 하시고
서풍에도 서쪽으로 향하겠다는
오만은 꺽어 주시옵소서
<6월에는>
내 영혼에도
시시 때때로 이른비와
늦은비를 허락하시고
밝은 햇빛으로 보듬어 주소서
나 이제 여물어가는
청보리가 되게 하소서
가라지를 뽑아낼때
나 또한 뽑혀지지 않게 하시고
오직 섭리 따르게 하시고
알곡되어 곡식 창고에 들어가게 하소서
<7월에는>
한번쯤
바다로 나가게 하소서
갈매기 날아오르거든
내꿈도 날아오르게 하시고
공연히 와서 부서지는 파도
헛되도다 헛되도다 하지 않게 하시고
내 심령을 때려 깨어나게 하소서
<8월에는>
가로등 등불에도
테너 섹스폰 불어대는
늦 매미들 같이
지치지 않고 외치게 하소서
이글거리는 태양을 향해
고개를 돌리는 해바라기 같이
여름동안에도
소망을 향하게 하소서
<9월에는>
갈바람에 순응하여
이리저리 흔들리는 갈대
꺽이지 않기 위함이라
나 또한 바람따라 흔들릴지라도
내 소망 꺽이지 않게 하소서
가을을 기다려 꽃잎을 피워낸
소박한 들꽃은
밤을 기다려 별과 친구하고
새벽 이슬 방울이 보듬어 주니
괜스리 외롭다 하지 말게 하소서
<10월에는>
고운 단풍 낙엽되어 흩날리고
옷을 벗어 앙상한 나무가지 찬 바람에 움츠려도
삭막한 겨울지나 새봄 새순내고
꽃피울 준비함이려니
고난에도 움츠리지 말고
기도하게 하소서
한 영혼을 위하여
기도하게 하시고
기쁨으로 거둔 수확 지켜 주소서
<11월에는>
나목裸木을 보더라도
울지 않게 하여 주소서
오색 단풍이 찬 바람결 따라
그 찬란함을 버리고 땅위에 내려 앉는 십일월
낙엽이 지거든 한번쯤 울게도 하여 주소서
<12월에는>
작은 등불로도 언손 녹일 수 있듯이
마음의 등불을 항상 밝혀 두게 하시고
삭정이 믿음 되지 아니하고
겨울지나면 다시 꽃으로 피어나게 하소서
작은 소망의 등불 항상 밝혀두게 하시고
믿음으로 붙들고 사랑으로 타오리게 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