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한 사랑을 위하여(1)
♥ 진실한 사랑을 위하여(1) ♥
저녁 해가 비치고 있는 노을 속의 창문이 아름다웠음에도 비해
그 창문으로 들여다 본 방안은 어둡고 허황했다면 쉽사리 실망하시겠습니까?
당신이 사랑을 건네 준 그분이 마치도 위에서 말한 어둑한 방과 같이
멀리서는 노을이 채색(彩色)을 물들여 선연히 빛나 보였건만 가까이 보매
볼수록 어두워 간다고 하면 정녕 실망하시겠습니까?
하지만 이건 사실입니다. 당신이 사랑한 분도 당신 자신도,
그리고 나와 내가 사랑한 사람도, 이 모두가 대체로 어둑하고
공허한 방과 같다고 아니할 수 없습니다.
신은 왜 이렇게 사람을 여리고 얄팍한 껍질로 입혀 만드시고
그 안은 곧잘 비어 있는 소라처럼 허전하게 두실까 하고 묻고 싶도록
진정 사람은 공허하다는 실감에 자주 사로잡힙니다.
그리고 그 때문에 우리가 누구를 사랑하려 할 때,
그 사람과 이 공허를 따로 갈라 낼 수가 없다는 이치를,
말하자면 공허와 더불어 사랑하고 공허로 인해 더욱
사랑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알아 가게 됩니다.
우리가 선택했고 우리가 사랑한 한 사람 또는 몇 사람이
조금도 다른 이보다 뛰어나지 아니했고, 우리에게 건네주는
성실의 정도, 또 불성실의 정도도 다른 이들과 별반 구별되지
않다는 걸 깨닫게 되면서 어쩔 수 없이 참 고요한 웃음을 곁들여 익히게 됩니다.
마치가장 예쁘고 귀엽고 영특한 것 같던 자기 아이를
학교에 넣고 보면 다른 어린이들과 꼭 같으며 하등의 특별한 점이
없음을 마침내 알게 되는 어버이의 심정과 같다고 할는지…….
특별해서 사랑하는 것이 아니고 오직 사랑하기 때문에 사랑하며,
사랑하다보면 특별해지기조차 하는 것이 사랑의 진실,
사랑의 원리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내가 남달리 좀 나은 아내가 못되듯이 내 남편도 결코
다른 남편들을 능가하진 못합니다.
그렇다고 남달리 악처(惡妻)나 악부(惡夫)도 아니건만,
실로 십 년 남짓의 세월을 두고 화목을 위해 부심(腐心)해 왔으며,
끝내 지금껏 서로를 받아 주는 수용(受容)의 한도가 서로를 기피하고
거부하는 면보다 더 풍성하고 많다고 하기 어렵습니다.
“사랑은 스페인 여인숙과 같다. 그곳에서는 자기가 가지고 간
물건만을 보아 내는 것이니까”라고 한 이 말 속의
뼈저린 허무 의식을 참으로 잘 알 것 같습니다.
결국 내 아이가 다른 아이보다 뛰어났기 때문에 사랑하는 것이
아닌 것처럼, 내 남편이 남의 남편보다 좀 더 훌륭해서
소중한 것이 아님을 또한 알아가게 됩니다.
그렇다고 인연 있어 맺어졌고 다시는 바꿀 수 없는 유일한
반려(伴侶)이기 때문에 우리가 아끼게 된다고,
그런 운명론적 윤리감이 전적으로 우리를 지배하는 것도
아닌 것을 아울러 차츰차츰 알아가게 되는 성싶습니다.
진실한 사랑을 찾아가는 당신이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