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하힐리`와 빨리 빨리
♥ '수하힐리'와 빨리 빨리 ♥
한 시골 양반이 사윗감 고르는 데 매사에 부지런하고
서두는 놈을 찾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총각 한 놈이
동네 측간에 드는 것을 우연히 보았습니다.
이놈 허리끈 풀 생각은 않고 주머니칼 꺼내어 끈을 싹둑
자르는 것을 보고 되게 서두르는 놈이구나.… 그놈
참 잘 살겠다.…됐거니…했습니다.
일보고 나오는 놈을 붙들고 내 사위가 돼 달라고 하자
쾌히 응낙했습니다. 이것저것 마련할 것 없이 한 달 안에
날을 잡아 예식을 올리자고 하자 이놈 깜짝 놀라며
“한 달이라이요? 오늘밤에 해치웁시다.”합니다.
서두는 꼴이 보통 잘살 놈이 아니구나 하고 그날 밤
찬물 떠놓고 귀밑머리 얹는 것으로 혼례를 치렀습니다.
신랑 신부 신방에 넣어 주고 사랑에 앉아 있는데
신방에서 신부의 비명소리가 자지러지게 들려온지라,
허겁지겁 달려가 보았더니 신랑 놈이 빗자루 거꾸로 들고
신부를 개 패듯 패고 있었습니다.
무슨 행패냐고 따지자, 신랑 놈 하는 말이 동침을 했으면
애를 낳아야 할 게 아니냐는 것이었습니다.
우리 한국사람 매사에 너무 서두르는 것을 빗대는
우스개 이야기입니다. 무슨 일이건 빨리빨리 서두를수록
좋다고 생각하는 민족은 어쩌면 이 세상에서
우리뿐이 아닐까 싶습니다.
달음질 빨리 하는 것쯤은 좋습니다.
밥도 빨리, 공부도 빨리, 돈도 빨리 벌고
출세도 빨리 하려 듭니다. 밥은 빨리 먹으면 체하고,
공부도 빨리 하면 날라리며, 돈을 빨리 벌면 망치고,
출세를 빨리 하면 다칩니다.
응분의 과정을 겪고 다지지 않으면 대가를
그르치는데도 일단 서둘고 보는 것이
고금에 불변한 한국인의 가치가 돼 있습니다.
터키사람들은 하루에 가장 빈도 높게 쓰는 말이
‘수하힐리’입니다. ‘천천히’라는 뜻입니다.
말끝마다 수하힐리…수하힐리…합니다.
말끝마다 빨리…빨리… 하는 우리와는 대조적입니다.
‘오늘 할 일은 내일로 미루지 말라’는 것이
우리의 격언인데 ‘오늘 못 하면 내일이 있지 않느냐’는
것은 회교 문화권의 격언입니다.
미국 사람은 1분에 평균 120보를 걷는다던데
우리 한국 사람은 130보를 걷는답니다.
보이지 않는 무엇엔가 허급지급 쫓기며 삽니다.
게으르다는 것은 우리에게 있어 빌어먹게 될 악덕인데,
서양에서는 이미 소크라테스로부터 버트런드 럿셀에
이르기까지 예찬돼 내려온 미덕입니다.
잘한 것이건 못한 것이건 일단 이렇게 서둘고 봅니다.
빨리 서둘다 보면 날리고 설치고 망치고 다치고
위험을 무릅쓰고 질서 ‧ 규칙을 어기고
신용을 잃지 않을 수 없게 됩니다. ‘수하힐리’ 터키 사람들의
생활방식을 우리가 되새겨 보는 것이 어떨까?
'수하힐리'의 의미를 숙지하고 삶에 적용하는 당신이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