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편한곳

말씀의 맛

산 그리고 바다 2020. 7. 2. 17:42



♤ 말씀의 맛 ♤


우리 말에는 '먹는다'는 말이 유독 많습니다. 가난하고 배고팠던 민족이라 먹는 데
포원이 진 모양입니다. '해먹는다'는 것은 이해할 만하나, 사용하는 것도 '써먹는다' 하고
고용하는 것도 '부려먹는다'고 하고, 욕을 듣는 것도 '욕먹는다'고 합니다.


속을 썩이는 것도 '애먹는다' 거나 '골탕 먹는다'고 합니다.
정말 웃기는 백성입니다. 연령이 높아지는 것도 '나이를 먹는다'고 하니
영어로 직역해 보면 참으로 우스운 말이 됩니다.


'마신다' 거나 '피운다' 고 해도 될 말까지 술도 '먹고', 담배도 '먹는다'고 표현합니다.
겁도 '먹고', 대등한 것도 '맞먹고', 처녀도 '따먹는다' 고 합니다.


더욱이 기가 막히는 것은 '먹고 보자'는 말입니다. '보고 먹어야지' 먹기부터
먼저 하고 나중에 보면 어떻게 된다는 말입니까? 독이 들어 있는지 먹어서 될 것인지
보고 나서 먹어야 할 것을 우선 '먹기'부터 먼저하고 '보기'를 나중에 하니
게우기도 하고 목도 달아나고 감옥에도 갑니다.


그러나 '먹는다'는 말은 통으로 삼킨다는 말이 아니라 씹어 맛보고 음미하여
자기의 것으로 한다는 말입니다.


꿀을 삼키는 사람은 없습니다. 입맛을 다시며 맛을 봅니다.
그래야 꿀맛 같이집니다.

 

아직 소화되기 전, 입에서 음미할 때는 꿀같이 달콤한 것이 진리의 말씀입니다.
그러나 그것을 생활에서 소화시켜 삶의 기록으로 몸에 섭취하려면
그건 결코 달콤한 것만은 아닐 것입니다.
죽음을 각오하지 않고서는 진리를 생활화할 수 없는 세대가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