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스크랩] 미려는 괴롭냐? 나도 괴롭다

산 그리고 바다 2008. 2. 28. 11:00
오마이뉴스|기사입력 2007-08-23 06:42 기사원문보기
[오마이뉴스 이현정 기자]
 
▲ Mnet <미려는 괴로워>
ⓒ2007 Mnet
그녀는 기어이 울어버렸다.

"김기사~"하는 콧소리로 2006년 단숨에 개그계의 총아로 떠오른 김미려는, 알고 보니 노래도 빼어나게 잘하는 재주꾼이었다. 개그맨'치고' 잘하는 정도가 아니라 많은 가수들이 근처에도 못 갈 정도로 라이브 솜씨가 출중했다. 그땐 아주 예뻤다. 외모도 개그맨'치고'는 못나지 않아서 예쁜 축에 들었다. 다소 몸이 둔중했다 뿐이지 개그하는 데는 전혀 불편할 것 없는 몸집이었다.

물론 그녀도 그저 여성으로서는 77사이즈가 불편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그 몸매가 "목숨을 건 대변신"(홈페이지의 방송 소개글 중에서) 운운하며 큰 장애물로 대두된 것은 가수로 데뷔하겠다고 마음먹은 다음이었다.

요즘 케이블 방송, 특히 음악방송을 중심으로 연예인 한 명을 내세워 그들의 개인적인 사정을 테마로 일상을 담아내는 퍼스널 다이어리류의 프로그램 제작이 눈에 많이 뜨인다.

비록 음반을 낸 가수이긴 하지만 라이브는 누구도 권하지 않고 본인도 시도하지 않을 것이 뻔한 현영이 라이브 공연을 목적으로 보컬 트레이닝을 받는 과정을 담은 Mnet의 <비밀스러운 현영의 꿈>이 그렇고 개그맨이던 김미려가 가수 데뷔를 하기 위한 뼈를 깎는 훈련 과정을 담은 Mnet의 <미려는 괴로워>가 그렇다.

연예인과 일반인의 구분이 모호해지고 연예인들도 옆집 누나 혹은 동생 같은 친근함을 매력으로 인기를 끄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연예인의 일상은 비밀스럽게 숨기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내보이는 추세가 된 것은 오래전이다.

그런데 이 프로그램들은 연예인에게 자못 치부가 될 수 있으며, 또한 연예 경력에 오점이 될 수도 있는 모험을 다룬다는 점에서 좀 더 자극적인 일상이다. 그리고 음악 케이블 방송에서 이런 프로그램 제작에 열중한다는 점에서, 다른 분야도 아니고 대중음악계에는 자극적인 일상을 다룰 수 있는 여지가 많다는 것을 반증한다. 예를 들면, 라이브 실력이 형편없어도 인기 가수가 될 수 있고, 얼굴과 몸매를 다듬어대지 않고서는 아무리 노래를 잘해도 가수 데뷔는 꿈도 꾸기 힘들다든가….

가수 데뷔를 위해 뼈를 깎는 고통이라면, 대개는 뼈를 깎는 노래 연습을 떠올릴 것이다. 그러나 <미려는 괴로워>의 초반에는 노래 연습을 하는 광경을 거의 볼 수가 없다. 김미려는 피트니스센터와 비만클리닉을 부지런히 오가며 얼굴과 몸매를 다듬는 것에 더 열중하기 때문이다. 초반에는 지방흡입과 보톡스 시술 등으로 얼굴선을 다듬고 몸무게를 줄였다.

그러더니 살이 얼추 빠져서 사람이 달라져 보인다고 생각될 무렵, 드디어 진짜 뼈를 깎는 것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었다. 그동안 노래 연습은, 글쎄, 가수가 되는 것에 노래 실력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는 모양이다. 그 사실은 <미려는 괴로워>가 처음 보여주는 사실은 비록 아니지만, 김미려 같이 노래 실력만으로도 승부를 걸 수 있을 만한 사람조차 노래 연습을 등한시하면서 뼈를 깎는 고통을 들먹이는 것이 안타까웠다.

그리고 더욱 안타까웠던 것은 피트니스센터보다 훨씬 더 빈번히 등장하는 비만 클리닉 시술 장면과 원장과의 면담 장면이었다. 클리닉 원장은 김미려를 앉혀 놓고 매번 보톡스와 지방 흡입 등 구체적인 시술 방법과 효과에 대해 매우 친절하고 자세하게 설명을 해주었는데, 그것은 음악 케이블 방송을 주되게 시청하는 청소년층에 대해 직접적으로 설명을 해주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의 거듭되는 설명을 들으면서 그런 시술에 대한 반감이나 우려는 멀리멀리 사라지고, 꿈을 이루기 위해서 기울이는 노력 중에는 저런 주사도 포함되는 것이 자연스러워진다. 혹시 이 프로그램은 김미려가 꿈을 위해 노력하는 과정보다는 비만 클리닉의 홍보와 다이어트 시술의 확산을 위해 제작된 것이 아닐까?

<미려는 괴로워>는 스스로 괴롭다고 제목에서 토로하는가 하면 시청자조차도 그 일상을 보고 있기가 매우 괴롭다는 점에서 과연 김미려의 모험(이것은 시청자들에게 낱낱이 그 과정을 공개하겠다는 결정을 말한다)이 성공적인지를 회의하게 된다. 괴롭냐? 나도 괴롭단 말이다.

인터넷에 김미려 살 빠진 모습의 사진이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그때쯤 방송에서는 안면윤곽술이라는 수술을 해야 할까 고민했고, 매니저는 김미려가 지방 흡입도 했지만 운동도 매우 힘들게 해서 살을 뺐다고, 클리닉 시술 부분만 강조되는 것에 이의를 표했다는 기사가 나왔다. 매니저는 결코 불평하면 안 된다. 프로그램에서 피트니스센터보다 클리닉 부분을 보여주는 데 더 주력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안면윤곽술이란 흔히 턱을 깎는다고 표현하는 그 수술이다. 성형외과 의사들은 살이 확연히 빠져서 골격이 달라 보이는 김미려를 앉혀 놓고 보톡스 시술의 한계와 안면윤곽술로 얻을 효과에 대해 또 자세한 설명을 늘어놓았다. 컴퓨터 3D 화면으로 수술 후의 자기 얼굴을 미리 보는 등 면담 과정을 보여주는 데 오랜 시간이 할애되었다. 그렇지, 청소년들에게 클리닉 다이어트뿐만 아니라 성형수술까지도 거부감 없이 자연스럽게 노력하는 과정으로 포장해서 보여주려는 것이구나, 하고 빈정거리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나 사실 성형했어요"라고 고백하는 것이 마치 유행인 양 성행하기도 했다. 지금 김미려는 그보다 한발 더 나아가 성형수술 하는 과정을 공개하려는 찰나다. 그러나 김미려는 며칠을 고민하다가 수술은 하지 않기로 했다. 그래도 안도의 한숨이 나오지 않는다. 성형수술 자체에 대한 거부감보다는 성형수술을 부추기는 대중음악계의 관행에 문제의 원인이 있는 것이므로 김미려의 한 번 결단이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까 하는 근본적인 회의가 남아 있다.

그리고 마치 건강 정보를 알려주기 위해 방송에 출연하는 내과 의사처럼, 미용성형에 대한 설명을 성형외과 의사가 충분히 늘어놓을 수 있는 자리를 방송에서 마련해 주고 있구나 하는 불만이 빈정거림을 낳는 것이기 때문이다.

몰라보게 야위고 예뻐진 김미려가 노래 연습을 위해 작곡가 작업실에 갔다. 그리고 새로 만들어진, 자신의 이야기가 그대로 가사가 된, 자연스럽게 감정을 실어서 노래할 수 있는 그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작곡가가 말했다. "그렇게 감량하고 이 정도 파워면 옛날에는 훨씬 더 잘했겠다. 그치?"… 미려는 그냥 웃지요.

쇼케이스가 클럽에서 있었다. 처음으로 대중 앞에서 노래를 하는 자리이다. 김미려는 이 무대에서 노래를 왕창 망친다. 고음에서 파워 있게 소리가 나오지 않은 것이다. 청중의 반응은 싸늘했고 김미려는 엉엉 울었다.

그녀는 울면서 이렇게 말했다. "이러면 뭐해. (노래를) 하지도 못하는데." "너무 바보 같아. 실력도 없고." 가수라는 꿈을 이루기 위해 몇 달을 24시간 꼬박 바쳐 노력했는데 겨우 이런 말이나 하게 되다니, 그 노력의 방향이 제대로 된 것인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게다가 김미려와의 대비를 목적으로 의도적으로 배치한 인물임이 분명해 보이는 레이싱걸 출신의 가수 지망생(<미려는 괴로워> 4회)처럼 노래 실력은 기가 막히는데 섹시하고 예쁘장한 비주얼만 믿고 가수 하겠다고 덤비는 것도 아니었기 때문에 그 의심은 더욱 뼈아프다.

미려가 괴로울수록 오히려 방송 프로그램에 대한 의심은 거두어졌다. 클리닉과 성형외과만 이득을 보는 프로그램이 되는 것이 아닐까 심히 우려스러웠는데, 김미려가 살을 빼면서 흘린 눈물보다 훨씬 더 쓸 것이 분명한 그녀의 눈물을 보면서, 프로그램이 알게 모르게 성형을 부추기려는 것이 아니라 성형을 다시 한번 되돌아보게 만들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리통을 포기하면서 가수가 되는 것이 너의 꿈이었니, 라고 김미려에게 다시 물어보는 것 말이다.

다음 주면 드디어 데뷔 무대가 방송될 예정이다. 물론 김미려는 치명적으로 소리를 잃어버린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일시적인 난조를 극복하고 멋지게 데뷔 무대를 장식하는 해피엔드가 될 것이다.

목청이 예전처럼 터지지 않는 것이 일시적인 난조로 다루어질 것이기 때문에, 뮤직비디오의 중요성을 강화시키면서 비주얼로 승부하는 가수들의 입지를 넓히는데 일조한 Mnet이 대중음악계에 이미 뿌리 깊어진 관행에 회심의 일격을 가하기 위해 <미려는 괴로워>를 만든 것일까, 라고 생각한다면 명백한 오버다.

단지 김미려 같은 가수 혹은 가수 지망생들이 업계에 만연한 관행의 압력을 상관하지 않을 수 있는 '곤조'를 가지면 좋겠다. 그 '곤조' 때문에 괴로운 것은 지지해 줄 의사가 충분히 있지만, 살 빼느라, 뼈 깎느라 괴로운 것은 지지하고 싶지 않단 말이다.

뉴스게릴라들의 뉴스연대 - 모든 시민은 기자다 ⓒ오마이뉴스(http://www.ohmynew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오마이뉴스 기사목록|기사제공 : 오마이뉴스

온라인 홍보의 긴급처방!

출처 : 누구냐 너는...
글쓴이 : 유행녀 원글보기
메모 :